"바쁘다 바빠." 를 습관처럼 입에 달고 사는 우리지만, 가끔 혼자만의 생각을 하고 좋은 책을 한 권 읽고 싶을 때,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 한권이 필요하다.
하루 10분 동안 이 모든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면 어찌 뿌듯하지 않겠는가. 이런 의도로 <한국문학 대표 단편소설> 중에서 길지 않지만 내용은 가볍지 않은, 한 번쯤은 생각하며 왜 그럴까? 할 수 있는 책들을 엄선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메밀꽃 필 무렵>은 사실적 묘사보다는 장면의 분위기를 상징과 암시의 문체로 표현된 우리 단편소설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얽둑배기 장돌배기 허생원의 현실과 회상, 장면의 낮과 밤, 인간 허생원과 동물인 당나귀의 본능적 애욕을 세련된 언어와 시적인 분위기로 대비시키며 암시, 상징, 복선 등을 탁월하게 표현해 내고 있다.
김동리는 이효석을 두고 "소설을 배반한 소설가"하고 말한 적이 있다 한다. 소설을 시인듯, 소설인듯 썼다는 칭찬의 말이었을 것이다.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
'짐승같은 달의 숨소리'
'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위와 같이 향토적인 어휘들, 서정적인 문체, 탐미적, 낭만적인 표현들을 보면 김동리의 말이 당연한듯 하다.
봉평에서 대화까지의 칠십 리 길에 대한 아름다운 묘사는 지금도 매년 그곳에서 문학 축제를 열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작품을 진지하게 읽고 나면 봉평 '메밀밭'을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그 힘......추억일까?
허생원이 꼭 한 번은 성서방네 처녀를 만나기를 바라며.....
2017년. 5월.
메밀꽃이 피기를 기다리며.
이효석
출생~사망
1907년 2월 23일~1942년 5월 25일
작가, 언론인, 수필가, 시인.
강원 평창 출신으로, 호는 가산(可山).
1928년 <조선지광>에 단편 <도시와 유령>이 발표됨으로써 동반자작가로 데뷔한 후 <행진곡>, <기우> 등을 발표하면서 동반작가를 청산하고 구인회에 참여, <돈(豚)>, <수탉> 등 향토색이 짙은 작품을 발표하였다.
1936년에는 1930년대 시골을 아름답게 묘사한 <메밀꽃 필 무렵>을 발표하였다. 하지만, 정작 이효석의 삶은 시골과는 거리가 멀었다. 서양 영화를 즐겨 보았고, 서양에서 온 가수나 무용단의 공연을 보았던 도시인의 삶, 그 자체였다.
그 후 서구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장미 병들다>, 그 시기 흔하지 않은 동성애를 다룬 작품으로 평가받는 <화분(花粉)> 등을 계속 발표하여 성(性) 본능과 개방을 추구한 새로운 작품 경향으로 주목을 끌었다.